해가 지나가는
2024년 마지막날, 무언가 올해는 마지막 날 같은 기분이 들진 않는다. 직전에 따뜻한 곳에 있다 와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아직 올해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빠르게 끝에 다다랐다.
용기
성장했는가? 라는 질문은 여전히 어렵다. 올해와 지난해의 diff 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쉬울 것 같다.
올해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본 해였다.
선택에 있어 생각이 많아져 주저하거나, 고민 후 시간이 지나 돌아서는 성격이다.
이런 점이 신중함으로 동작 할 때도 있지만, 때때로는 두려움으로 동작할 때도 있다. 게으름 혹은 회피 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올해는 조금 생각을 덜어내는 연습을 해보았다.
도움을 준 것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2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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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20195나의 주변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 마음처럼 바꾸기도 쉽지 않다.
내가 제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고, 그것이 나를 이룬다.
결정들에 있어서, 그런 생각들과 주변 가까운 사람들의 응원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행동한 것들
(개발블로그를 지향하고 있으니, )커리어에 있어 올해 제일 결정적인 순간들 중 하나는 미국에 홀로 다녀왔던 것이다.
올해 초 큰 기대 없이 React Conf 에 신청했고, 당첨되어 이틀간의 고민 끝에 결정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가서 한 것으로는 실리콘벨리에서 홀로 돌아다니고, React Conf 에 다녀온 것이다.
React Conf 2024 하루 전 | 장용석 블로그
샌프란과 산호세에서의 일상을 먼저 적으려다가, 어느새 베가스 까지 오게 되었다. 본래 목적지였던 라스베이거스, React Conf 2024가 열리는 곳이다. 3년만에 열리는 것이라 그런지 참석자들이 많다. 공항에서 리조트 까지는 거리가 꽤 있는지라 컨퍼런스 디스코드에서 같이 탈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
https://yongseok.me/blog/react-conf-2024-%ED%95%98%EB%A3%A8%EC%A0%84가서 크게 엄청난 일을 하진 않았지만, 혼자 안정된 곳을 떠나 홀로 2주간 돌아다니고 온 것이 큰 변화였다.
어쩌면 혼자가서 더 의마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유튜브로만 보던 컨퍼런스들, 맨 앞자리에 앉아서 보고 PR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개발자들을 실제로 보고 용기내 셀피 찍기도 했다.
짧게나마 대화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와 복기해보면 미국여행이 큰 영향을 줬던 이유는 놓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매 순간들이 새로운 경험이였고, 내가 주저하면 놓칠 수 있는 순간들의 연속 이였다. 그 순간순간 혼자 빠르게 판단해야 했고, 그런 순간들이 기억을 남겼다.
블로그
React Conf를 다녀온 뒤로 열심히 React Compiler에 대한 글을 4편 쓰고, 주변에 공유하였다.
기왕쓸거 AI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도 써서 올려보았다.
React Compiler, How Does It Work? [4] - SSA Transformation (Theory and Implementation) | 장용석 블로그
Let's explore the SSA transformation in React Compiler. SSA stands for Static Single Assignment, which is one of the intermediate representations used for optimization. SSA has the characteristic of restricting variables to be assigned only once. The core of the SSA transformation algorithm is deciding where to place phi functions. What algorithm does React Compiler use?
https://yongseok.me/blog/en/react_compiler_4/운 좋게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고 ThisWeekInReact
및 다른 뉴스레터에도 소개되었다.
This Week In React #195: Compiler, Refactoring components, XState Store, Next.js, Redwood, Vitale, Astro, LLMs, Astro, Dédale, XR, tldraw, RN + Amazon, RN new styles, Gesture Handler, Reanimated, TC39, Node, TypeScript... | This Week In React
Hi everyone!
https://thisweekinreact.com/newsletter/195Bytes #312 - WTF is e18e?
The battle of phantom leaks, CSS spring easing, and a more insane filesystem than usual.
https://bytes.dev/archives/312신춘문예에 당선된것은 아니지만, 변방에서 쓰던 글이 세계 곳곳의 개발자들에게 읽히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큰 보람이었다.
4편은 SSA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논문도 참고해야 했었는데, 간만에 학문적 갈증도 해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글이 트위터에서 인용되어 누군가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국내 개발자들에게서도 연락들도 받아보았다. 개중에는 고마운 말들도 있었고, 여러 도전에 대한 응원들도 받았다.
이런 연쇄적인 것들을 되돌아보았을때, 작은 선택들이 나비효과처럼 큰 영향을 가져왔다.
회고
올해는 여자친구의 제안으로 회고모임도 시작했다. 상반기 말부터 시작해서 매주 회고를 써나가고 있다.
회사만 다니다보니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없었는데, 작은 용기 내어 새로운 사람들과도 대화해보고 회고를 하며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경험을 들었다.
팀내에서도 매주 회고를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완전한 타인들과 회고를 하니 좀더 객관적으로 일주일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발표
블로그 글도 그렇고, 발표도 그렇고 누군가 앞에서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올해는 작게 몇번의 발표를 하였다. 우연히 JSconf 일본의 행사를 알게 되어서, 호기롭게 신청해보았으나 떨어졌다.
발표 | 장용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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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ngseok.me/blog/%EB%B0%9C%ED%91%9C/쟁쟁했다곤한다. 그래서 아쉬움에 참가라도 할까 하였으나, 이런저런 일들로 참가하진 못했다.
언어
개발을 하면서 항상느끼는 것 중하나는, 영어권 사람들은 코드를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일까? 이다. 아무래도 아무 알파벳의 조합이 아니고 단어들의 연속이다보니 조금더 일종의 글과 같은 느낌일 것 같다. 코드도 그렇고 여러 문서, 컨퍼런스 이런 것들에서 조금더 친근하겠지?
쨋든 그런 생각의 연속으로 항상 언어에 대한 갈증도 가지고 있었다. 작년엔 일본팀이랑 협업하다보니 일본어를 공부했었고, 올해는 어떤 언어를 공부할까 고민하다. 올해말 홍콩 여행을 앞두고 광둥어 공부를 했다. (영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그래도 평소에 자주 접하니…) 두달 정도 열심히 강의를 들었고, 홍콩에서 ‘차가운 레몬 차’(凍檸茶)를 주문할 수 있었다.
여행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 했다.
공부도 그렇고, 개발할때도 그렇고 내가 좀 더 흡수력 좋은 스펀지가 되기위해서 나의 해상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한 공부나 관심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장했는가?
그래서 다시 돌아와 성장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올한해 한 일들은 기술적으로 작년에 비해서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잔잔하게 자잘한 일들을 많이 해왔다.
그 점이 올해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다. foundation crew라는 조직에서 회사 조직 곳곳의 빈틈을 채우고 다듬는 일을 했다.
한가지 제품을 맡아 담당하지 않다보니 긴 호흡의 일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무언가 깊이를 가지려면 어느정도 한 곳에 머물러야한다는 생각이었기에 그런 부분이 아쉽긴 했다.
아마 나의 회고에 주로 등장했었을 것이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모든 환경은 나를 위해 바뀌지 않는다. 이런 상황들은 새로운 조직에 가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것을 목표로 올해를 지나왔다.
여전히 아직 물음의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더듬어 가고 있다.
그래도 ‘더듬어 가는’,‘취할 수 있는 것과 없는것을 구분하는’의 경험과 가치를 얻었다.
행동해볼 것
아직은 용기가 더 필요 하다. 나를 좀더 객관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2025년이라고 크게 달라질 결심 없이, 지속적으로 작은 도전과 선택에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길러보자.
o1 의 편지
나의 친애하는 벗에게,
어느덧 2024년의 마지막 장을 덮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이네요. 벽난로 앞에 앉아, 사박사박 타오르는 장작 소리를 배경삼아 당신의 한 해를 담은 이야기를 곱씹어 읽고 있자니, 따뜻한 여운이 마음속 깊이 전해집니다.
회고 글을 쭉 읽으면서, 2024년이 정말 다채로운 경험과 고민으로 가득 찬 한 해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셨고, 그 결과 새로운 기회들을 많이 찾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시간 동안 당신이 진솔하게 기록해둔 회고들은,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망설임과 두려움이 공존하곤 하지만, 당신은 적극적인 태도로 용기를 내 보았고, 그래서 더 많은 기회가 열린 것 같아요.
올해는 “무언가를 깊이 파는 해”보다는, 주변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었을 때 ‘도전’과 ‘행동’을 우선시해본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결과로 “내가 움직이면 세상이 이렇게 반응하는구나”를 스스로 경험하셨고, 그 경험이 또 한 번의 용기를 낳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죠.
앞뒤 재지 않고 움직였을 때, 세상이 보내주는 작은 반응이 얼마나 값진 기쁨인지를 직접 느끼셨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자기 자신을 제약하는 크고 작은 틀에서 벗어나, 오롯이 행동에 몸을 맡겼을 때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모습이랄까요. 그리고 그 도전이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지점에서, 다음번 도약의 씨앗이 이미 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 성장, 개인적 성취,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 사이를 균형 있게 잡으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이번 연말 회고에서 확인할 수 있듯, 생각 많았던 스스로도 “제법 움직일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셨다는 데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 모두는 ‘균형’이라는 달콤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 그 균형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네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 속에서도 당신은 성과와 시행착오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넘어서는 경험을 쌓아오셨지요. 그래서 올해 이맘때, 그 기억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고,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네.” 하는 믿음을 얻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2025년은 그 용기와 경험의 바탕 위에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집중해보고 싶은 영역은 무엇인가?”에 시간을 투자하면서, 필요한 만큼 깊이 있게 탐구해보시는 해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앞으로 맞이할 2025년은, 그동안의 도전과 경험들이 마치 단단한 토양이 되어 줄 거예요. 그 위에서 조금 더 넓고 깊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며,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발걸음을 내딛으시길 바랍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뭘까?”, “내가 더 파고들고 싶은 영역은 무엇일까?” 그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망설임 없이 마음껏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쌓인 이야기들과 깨달음을 계속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블로그나 SNS를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면, 당신을 통해 또 누군가는 용기를 얻고, 함께 성장하게 될 테니까요.
따뜻한 벽난로 곁에서, 당신의 회고를 읽으며 받은 감동을 그대로 이 편지에 담아보았습니다. 추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당신의 2024년은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분명히 다가올 2025년도 그러할 겁니다. 마음 가는 대로, 조금은 자유롭게 펼쳐질 당신의 다음 한 해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언제나, 당신의 도전과 꿈을 지지하는 벗이 – 이 편지로 마음 전합니다.